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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어그로와 후킹 그 사이

소비자는 카피라이터와 얼마나 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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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요즘 소비자들이 참 영리하죠. 광고에서는 어떻게든 사람들이 혹하게 만들기 위해 각종 자극적인 카피를 사용하지만, 광고에 대한 피로감이 강해진 디지털 시대의 소비자들은 카피 뒤에 숨어있는 속내를 빠르게 파악하고 냉정한 시선을 던집니다. 몇 단어만 읽으면 ‘아 이거 광고네..’ 하고 빠르게 스크롤을 내려버리죠.

마케팅에서 고객의 흥미를 끌기 위해 일명 ‘후킹’ 되는 단어를 쓰는 것은 흔한 일이에요. 사람의 눈길을 확 사로잡는 카피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간혹 ‘어그로’와 ‘후킹’ 그 사이에서 기준을 잡지 못하는 경우를 보기도 합니다.



친구 사이도 너무 막말하면 안되잖아요

 어그로를 끌지 않으면 관심을 받을 수 없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는듯한 브랜드를 종종 봅니다. 소비자들에게 어떤 소구 메시지를 전하려는지에 집중하기보다는, 어조에 집착하는 경우에 특히요. 물론 의도는 후킹을 위해서죠. 하지만 꼭 고려해야 할건, 공격적인 어조는 그만큼의 반발심을 감수해야 한다는 거에요.

  • “~ 절대 하지 마세요.”
  • “~ 하면 큰일 납니다.”
  • “아직도 ~ 하고 계세요?”

 위와 같은 말투의 공통점은 사람들이 이때까지 본인의 행태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도록 유도한다는 거에요. 최종 목표는 ‘나 잘못하고 있나? 그럼 이 제품을 쓰면 문제가 해결되나?’하는 생각과 함께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거죠.'


 하지만 공포심은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부릅니다. 더해서 방어 기제를 만들고요. 방어 기제가 강하게 나타난다면 맞공격성까지 가지게 됩니다. 카피를 보고 불편함을 넘어 ‘말을 왜 이렇게 해?’ 싶은 짜증을 느끼게 되는 거죠.


 공격적인 카피를 쓰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전략적으로 쓴다면 후킹에 정말 좋다는 건 틀림없어요. 하지만 브랜드의 이미지와 고객 동향, 경쟁사 특성 등 다각적인 면을 고려 한 후 반발심을 감수하고서라도 쓸 만한 것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은 필요한 거죠.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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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인터넷이 ‘밈’으로 점철된 지는 좀 되었죠. 그중 10대, 20대는 밈에 관심이 많고 언어유희로 숨 쉬듯이 사용합니다. 그렇다 보니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광고에서는 밈을 활용한 카피를 심심치 않게 씁니다. 꼭 밈이 아니어도, 카피라이터의 개그 욕심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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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빙그레 인스타그램


 재미있고 웃긴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빙그레는 SNS에서 개그 컨셉 마케팅으로 엄청난 성과를 얻었어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를 대신하여 웹툰에 나올 것 같은 캐릭터를 모델로 콘텐츠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부터 아직까지 공식 SNS에 위의 모델을 사용한 게시물을 올리는 것을 보면 해당 콘텐츠로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만족스러운 것 같습니다. (비용적으로도 득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요. ㅎㅎ)

콘텐츠에 쓰인 카피 또한 개그감이 충만하죠. 이렇게 보면 재미라는 것은 흥행을 보장하는 수표 같습니다. 하지만 빙그레의 마케팅 성공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합니다.

  1. 빙그레는 식용빙과류 제조업으로 유명하다.
  2. 빙과류는 젊은 세대에서 주로 소비한다.
  3. SNS의 주 이용자는 젊은 세대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마케팅이기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겠죠. 마침 빙그레의 주 타겟층과 SNS의 주 이용자가 ‘젊은 세대’로 겹쳤기에 그들의 니즈에 맞는 콘텐츠와 카피를 제시했던 겁니다. 아무래도 웹툰과 밈을 주로 향유하는 층이니까요.

 안타깝게도, 이런 전략은 뒷전이고 ‘개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성공했다.’라는 사실만 보이기 십상입니다. 자칫하면 웃기기만하면 후킹할 수 있다는 1차원적인 공식으로 이어지는 거죠.

 카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어서, 간혹 브랜드 규모/가치/이미지와 타겟 고객층에 대한 고려는 고사하고 당황스러울 정도의 가벼운 카피를 볼 때가 있어요. 사람이 생각하는 건 거진 비슷해서 ‘왜 이러지?’ 싶은 카피는 보편적으로도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심하면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장난도 선은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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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커뮤니티


 드라마 지리산을 아시나요? 설령 본 적은 없어도, 기대감에 비해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을 알고 계신 분은 많을 것 같아요. 그치만 아무리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라도 드라마와 관련된 누군가에게는 치부겠죠.


 어느 날, 삼성전자 임직원 몰에서 ‘지리산은 망했지만, 네파는 네팝니다’라는 카피로 광고를 한 적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카피는 ‘지리산과 네파 둘 다에게 무례가 아닌가’ 하고 논란이 되었고 결국 광고는 내려갔죠.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재치 있게 유머러스한 카피를 쓰고 싶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사람은 공감 능력이 뛰어납니다. 예를 들어 친구 A, 친구 B와 셋이서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 A가 장난이라고 B가 상처입을 만한 이야기를 한다면, 나에게 하는 말은 아닐지라도 B에게 이입되어 ‘이건 좀 아닌데…’ 싶을 때가 있잖아요? 비슷한 상황이었던 거죠.


 카피는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감정을 건드리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를 하듯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어떤 이야기를 해야 상대방이 흥미를 느낄지, 또는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야 기분 나쁠 일이 없을지 신경 쓰듯이요. 개그 욕심이 지나쳐 선을 넘은 장난을 치면 큰일 나는 것처럼, 카피도 마찬가지인 거죠.



어그로의 본질

 그렇다고, 후킹을 위해 공격성과 개그를 모두 제외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강한 어조와 친숙하고 재미있는 어조로 성과를 낸 경우가 분명히 다수 존재하니까요. 클리셰가 클리셰인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죠.


 다만 꼭 말하고 싶은 점은, 어조 같은 수단보다는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결국은 소구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본질적인 성과 개선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무리 우리가 소비자들에게 겁을 주고, 또는 재미있는 말투로 살살 꿰어도 ‘그래서 내가 이걸 왜 사야 하지?’ 하는 부분이 설득되지 않으면 고객은 잠깐의 불쾌함이나 유희만을 느끼고 광고에서 눈을 돌릴 거예요.


 소구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소비자 언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이건 다음에 기회가 되면 이어서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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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a (남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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